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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칼럼] 순간이 영원이 될 때

▲ 사진 : Quino-Al on Unsplash

우기의 시에라리온은 한국의 가을날 같다. 하늘은 그림처럼 아름답고 공기는 청량하고 나무의 푸르름은 깊고 짙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다가올수록 하루하루가 애틋하고 아깝다.

내가 다시 한국으로 간다는 소식에 서운해하는 한국어 교실 아이들에게 이별의 아픔을 주는 것 같아 미안했던 나는 함께 시장에 가자고 했다.

몇 주 전부터 아이들은 서툰 한국말로 “선생님 우리와 시장에 가요”를 노래 불렀다. 나와 함께 시장에 가면 치킨 한 조각이라도 얻을 먹을 수 있고, 양말이라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알기에 나는 그날을 아껴두고 싶었다. 가장 좋은 날, 우리와 함께 한 시간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시장 갈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아이들에게 나는 ‘선생님이 아무것도 안 사줘도 돼? 그냥 시장 구경만 할 건데도 괜찮겠어?’라고 농담을 했더니, 아이들은 너무 진지한 표정으로 ‘괜찮다’라고 했다. 그냥 선생님과 함께 가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아이들의 눈빛은 진심이었다.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바라고 나와 시장에 가자고 했을 거라고 오해한 나는 괜히 미안한 마음에 ‘갖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사주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한국에는 날씨가 좋으면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소풍을 가는데, 우리도 소풍을 가자고 했다. 아이들은 ‘갖고 싶은 거 골라봐. 먹고 싶은 거 사줄게. 소풍 가자.’라는 말을 난생 처음 들어본다며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돈이 없고, 무언가를 사줄 수 있는 어른이 없는 아이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시장은 그림의 떡이었겠지만, 갖고 싶은 물건을 고를 수 있고,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는 시장은 한국 아이들의 놀이동산만큼이나 신나는 장소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신발과 양말을 사주었고 함께 치킨과 카사바구이를 나눠 먹고 애플 시다를 마셨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부지런히 사진도 찍었다.

시장 구경을 다 하고 계획대로 근처 강가로 소풍을 가기로 했는데, 갑자기 빗줄기가 쏟아졌다. 처음에는 비를 맞지 않으려고 나무 밑이나 남의 집 처마 밑에 들어가서 몸을 피했지만 이내 우리는 비를 고스란히 맞으면서 걸었다.

걸으면서 한국어 수업 때 배운 한국어 찬양을 불렀다.

‘내 안에 부어주소서 성령의 충만한 기름을 내 안에 충만케 하소서 성령의 기름으로~’

‘싹트네, 싹터요. 내 마음의 사랑이~’

‘내게 강 같은 평화 내게 강 같은 평화~’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 땅속에 묻힌 아무도 모르는 보석~’

감사와 기쁨과 찬양으로 충만한 거리는 완벽한 예배의 처소였다.

‘이 순간이 영원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붙잡고 싶은 순간이었고, 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헤어지기에 더 애틋하고 아쉬웠다.

아쉬운 이는 나뿐만 아니었다. 마음을 숨기지 못한 아이들의 표정에 나의 마음이 새겨 있었다.

하지만 안다. 그 어떤 것도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완벽해 보이는 지금의 충만한 시간도 찰나의 순간이라는 것을. 오늘의 이 순간이 아무리 애틋하고 충만하고 완벽하다 하더라도 영원할 수는 없다. 오늘의 기록들은 또 다른 오늘의 기억에 덮일 것이다.

순간을 영원으로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었지만, 언젠가는 핸드폰에 저장된 수천 장의 사진 중 한 장이 되어 용량이 차면 삭제될 것이다.

남는 건 사진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인생에 십자가 사랑 외에 남는 건 없다. 두 번 다시 오지 못할 선물 같은 시간이 찰나처럼 지나갔다. 순간, 순간 느꼈던 행복한 마음이 너무 좋아서 그 시간을 잡아두었지만, 결국 찰나와 같은 기억이 되었다.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길, 아이들은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 아쉬웠는지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모세스는 오늘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뿐이라고. 오늘을 영원으로 잡아두기 위해서는 하나님 안에 있어야 한다고. 순간의 빛처럼 지나가는 지금이 빛 되신 하나님 안에 거할 때, 영원이 된다고.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 거할 때, 우리는 영원을 약속받은 존재가 되었다고 우리는 이 땅에서 찰나를 사는 것 같지만, 영원을 사는 하늘나라 백성처럼 살아야 한다고. 우리의 의지와 어떠함이 아닌, 이미 우리는 그런 존재가 되었다고. 그 믿음으로 오늘을 살고, 삶으로 그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 하나님의 사랑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할 일이라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산 우리는 오늘 영원을 살았다고. 그것이 우리의 소망이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결국 나의 말 대신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다.

이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부터 온 것이 아니요, 세상으로부터 온 것이라. 이 세상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거하느니라 (요한일서 2:16~17)

<계속>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작지만 피어있는 꽃들>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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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 기록하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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