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 Prize Wisdom 그를 높이라 (잠4:8) -

[고정희 칼럼] 순종은 다른 이끄심의 시작이라

사진: S. Tsuchiya on unsplash

오사카 간사이공항은 바다를 메워 지어졌다. 공항을 이어주는 긴 다리를 건넌 후 고속도로로 나가지 않고 아랫길로 들어서면 바로 마을이 시작된다. 그곳에 있는 아키야(空家) 빈집을 보고 왔다. 쇼와(昭和) 시대(1926년~1989년) 중간쯤에 지어진 집이라고 한다.

일본은 천황(天皇)제도로 시대를 구분하고 있다. 천황이 바뀌면 관공서를 비롯하여 모든 표기가 새로운 시대로 바뀐다. 내가 일본 땅에 처음 온 것은 2011년, 이 땅에서는 헤이세이(平成) 23년째이었다. 헤이세이시대(1989년~2019년)는 31년으로 끝이 나고 새로운 천황이 세워지면서 레이와(令和) 시대가 되었다. 2023년은 레이와 5년이다.

집은 아무도 살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모든 살림살이가 쇼와시대 물건들이었다. 지금은 잘 볼 수 없어 귀한 물건이 되어버린 레코드판들이 방 한구석에 버젓이, 내 어린 시절 부자 친척 집에 가면 볼 수 있었던 전축이 그대로, 세탁과 탈수가 분리된 통돌이 세탁기, 그 시절 인기 있던 인형들도 나란히, 싱크대 안에는 옛 멋이 나는 냄비와 그릇들이 주인을 잃은 채 있었다. 시간이 그대로 멈추어 있었다.

지진이 일상인, 이 땅이다. 얼마 전 오사카에서 3시간 정도 떨어진 이시카와(石川)현에서 6도 강(7도)의 지진이 났다. 몇 시간 후 6도의 지진이 다시 났다. 밤새 11번의 여진이 반복되었다. 며칠 전 새벽 시간에 도쿄 옆 치바(千葉)에 6도강 지진이 났다. 저녁에는 홋카이도(北海道)에서 5도강 지진이 났다. 오늘은 가고시마(鹿児島)에서 5도 지진이 났다. 모두 바다가 있는 지역이다.

나는 몇 년째 하나님께 묻고 기다리는 것이 있는데 집이다. 내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얻길 기도하고 있다. 그러기에 내 방식이 아닌 하나님의 방식을 좀 더뎌도 기다리는 중이다. 이 땅에서 잘~ 살고 싶어서이다.

내게는 하나님의 마음을 아는 믿음의 공식이 있다. 2011년 동일본 지진 후 처음 이 땅에 올 때도 사용했던 믿음의 공식이다. 무엇하나 준비된 것이 없었지만 의심하지 말고 가라는 주님 말씀의 사춘기에 접어드는 남매를 데리고 결단했다.

가족이 모두 가겠다고 하니 토요타(豊田) 지역에 작은 시골 마을 교회를 소개해 주셨던 목사님께서, “꼭 가라고 하는 것이 아니고 굳이 안 가도 되니 다시 생각하라”고 하셨다. 안정되고 편안한 삶과 더 좋은 소망을 놓고 몸부림쳤다. 안 가도 되는 길을 우리 가족은 내디뎠다. 과정은 물론 쉽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고백은 ‘주님이 하셨습니다’!

그 후 ‘내가 사랑하는 것을 함께 사랑해 주겠니?’ 하나님이 나를 위해 계신 것이 아닌, 하나님을 위해서 내가 있음을 깨닫게 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나님을 위한 삶으로 부르심이었다. 5년을 넘게 살던 토요타를 떠나 오사카(大阪)로 가면 아무것도 없이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그래도 갈 수 있겠냐고 우리 부부를 맞으시는 목사님이 물으셨더랬다.

안정되고 편안한 삶을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하는 나와 하나님의 계획을 함께하고 싶은 내가 싸웠다. 어려우시면 굳이 안 오셔도 된다고. 우리 부부는 굳이 안 가도 되는 길을 다시 내디뎠다.

만나로 먹여 주시고 불기둥으로 따뜻하게 구름 기둥으로 시원하게 인도함을 받았지만, 실은 이스라엘 백성보다 더 불평도 했다. 하지만 하나님의 허락하심은 언제나 최고임이 나의 고백이 됐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내어준 주인이 바다 가까운 곳에 오랫동안 비어있는 집이 있는데 생각이 있는지 물으셨다. 늘 주님께 집을 묻고 기다리고 있었기에 지체 없이 가서 보고 왔다. 이스라엘 백성이 아직 갈라지지 않은 홍해를 건넌 사건은 엄청난 믿음이었구나. 나는 일어나지도 않는 지진(地震)을, 쓰나미(津波)를 걱정하고 있었다.

성경 사복음서에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로 오천 명이 먹고 배불리 남은 사건은 너무도 유명하고 인기 있는 이야기이다.

주님은 제자들이 오가는 많은 백성들을 가르치고 일하느라 밥 먹을 겨를도 없는 것을 보시고는 제자들에게 ‘한적한 곳에 가서 쉬어라’고 하신다. 그러기에 제자들이 배를 타고 한적한 곳으로 가는데 그들을 보고 이곳저곳 마을에서 수많은 사람이 따라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허둥지둥하는 백성들의 모습을 본 예수님은 목자 없는 양 같이 불쌍히 여기신다. 그리고 예수님은 하시고자 하는 한 가지 일을 하신다. 백성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가르쳐주시는 것. 오병이어로 천국 잔치를 여셨다.

매일 매일 묵상을 따라 읽은 말씀이었다. 제자들에게 하시는 주님의 말씀이 내게 하시는 것 같이 쑤욱~ 들어왔다. 아무 의심 말고 가서 잘 먹고 잘 쉬고 있어라.

여기저기서 나온 수많은 백성이 갈 길 몰라 헤매는 모습이 크게 보인다. 그곳이 목자 없는 양들의 발길이 찾아가는 곳이 될 것이라고. 수고하지 않아도 이곳저곳에서 백성이 찾아오는 곳이 될 것이라고. 그리고 그 백성을 위해서 주님은 해야만 하는 일을 이제 하실 것이라고.

주님이 나에게 이런 집을 주신단다.

집주인에게 가겠다고 했더니 도리어 너무 걱정하신다. 바다 근처라서 지진, 쓰나미 염려도 있고 비어있는 집이 많은 동네라서 굳이 안 가도 된다고. 이미 내 마음은 가겠다고 순종 되었다.

굳이 안 가도 되는 길은 안락하지 않다. 좌우에 담이 있고 좁은 길이다. 그러기에 걷다가 움츠러들기도 하고 결국 힘이 들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좁은 길을 둘이 걸으면 정말 찰싹 붙어 친밀해진다. 그 사귐이 참 달콤하다.

우리의 인생에 어떠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하나님과 친밀한 것이 최고의 복임을 잊지 말자.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들어가기를 구하여도 못하는 자가 많으니라” (눅 13:24)

조금 힘이 들어도 좁은 길로 들어가기를 힘쓰자. 안락과 고난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움츠러들지 말자. 하나님을 위한 삶을 포기하지 말자.

내가 좁고 어려운 길을 결단하여 가는 것 같지만 주님이 가장 좋은 것을 내게 주시는 중이시다.

믿음의 공식은 순종으로 풀어진다. 그리고 정답은 이삭이 아닌 하나님이 친히 준비하신 숫양임을 안다. 오늘 나의 순종은 다른 이끄심의 시작이라.

“이는 하늘이 땅보다 높음같이 내 길은 너희의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의 생각보다 높으니라”(이사야 55:9)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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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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